
<여행의 쓸모> ©️스튜디오오드리
✍️ 저자 : 정여울 (사진 : 이승원)
🗓️ 기간 : 26. 6. 8 - 12
🔖 한 줄 평 : 천천히 걷고 깊이 복기할 때 찾아오는, 삶을 살아낼 다정한 용기
아름다운 사진이 곁들여진 포토 에세이라는 점에 끌려,
‘이 작가는 과연 어떤 곳들을 다녀온 기록을 담았을까?‘ 라는
궁금함으로 구매하여 읽게 된 책입니다.
보통 ‘여행기‘라고 하면
떠나는 배경, 준비 과정, 여행지의 정보와 에피소드,
그리고 후일담으로 이어지는
시간 순서의 구성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특히 프롤로그에 적힌
“잊기 위해, 보내주기 위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라는 문장을 보고,
저자가 어떤 커다란 이슈를 품은 채 여행을 떠나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을 거라 지레짐작했어요.
하지만 제 예상은 기분 좋게 비켜나갔어요.
책은 각 여행지에서 스쳐 지나간 순간의 기록을 정성껏 다듬고,
그곳에서 느낀 깊은 사유를 나누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어요.
읽는 내내,
’나중에 나도 포토 에세이를 만든다면 꼭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사진도 글도 따스하고 다정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하는 한편,
‘나는 그동안 어떤 여행을 해왔는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건드렸던 3가지 키워드를 나눠볼게요.
1. 조금은 느린 여행
국내든 해외든,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는
대개 한정된 기간과 조건이 주어집니다.
물론 예산과 취향, 성향에 따라 경험의 폭은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유명 랜드마크나 관광 스팟을 바쁘게 들러 인증샷을 남기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즉 목적과 인증 중심의 여행, 눈으로만 훑고 바삐 움직이는 여행,
마치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듯 정신없이 흘러가는 여행처럼요.
물론 이것이 틀렸거나 나쁜 여행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 속에서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장소를
최대한 둘러보는 것 역시 나름의 효율적인 선택이니까요.
하지만 온전히 그 공간을 눈에 담고, 느끼고, 상상하고,
생각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션 중심의 여행보다는,
저자가 말하듯 조금 느리게 걸으며
온몸으로 향유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뜬뜬‘의 <풍향고>, <풍향중> 콘텐츠가
유독 눈에 들어왔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어플을 쓰지 않는 조금 극단적인 조건이긴 하지만,
낯선 나라를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풍경을 만끽하고,
우연히 들어간 성당에서 미사 준비 과정을 만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일정에서 만난 뜻밖의
순간이야말로 감각을 깨우는 가장 귀한 에피소드가 아닐까요?
이런 태도는 우리의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정 지역이든 익숙한 동네든, 길을 걷다 눈에 띄는 카페나
음식점에 무작정 들어가 보는 것입니다.
비록 효율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오롯이 자신만의 직감을 따라 직접 경험해 보는 것.
땅을 딛고 걸으며 만나는 것들을 오래 사유하고 향유하는
’조금 느린 여행’이야말로 바쁜 우리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근사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비행기나 자동차의 속도가 아닌
천천히 걸어가는 속도로 세상을 바라볼수록,
세상은 더욱 눈부신 축복의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천천히, 깊이, 더 오래 바라보는
여행의 추억은 아픔을 치유하는 내면의 빛이 되어준다.
- 여행의 쓸모, 211쪽 발췌 -
2. 여행 후 복기하며 기록하기
저자는 다녀온 여행을 복기하며 글을 쓸 때
비로소 자신의 진짜 여행이 완성된다고 해요.
여행이 끝난 뒤에 그 여행을 추억해 보며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마음속에서 진정한 여행이 다시 시작되곤 한다.
나에게 여행이 완성되는 순간은 여행을 단지 ‘기억‘하는 것을 넘어
그 여행에 대해 ’글’을 쓰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 여행의 쓸모, 148쪽 발췌 -
우리는 대부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거나,
미디어에서 내가 다녀온 장소가 언급될 때
여행을 추억하곤 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순간이 아니면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과 감각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따로 떠올리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행 중에도 순간을 기록하고,
다녀온 뒤 차분히 복기해 보는 시간은
현장의 분주함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기에
대상 전체를 조금 더 깊고 넓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즉,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놓쳤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포착해낼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 거 같아요.
직전에 리뷰한 리니 저자의 <쓰는 만큼 ____ 내가 된다>에
나오는 말처럼, 여행에도 마땅히 ‘숙성 기간‘이 필요함을 느꼈어요.
<여행의 쓸모> 저자 역시 그 숙성 기간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어요.
경험의 한가운데에서는 경험의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경험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나만의 작업 공간에서
나의 머리와 나의 감성으로 생각할 때,
경험은 비로소 의미를 지닌 대상이 된다.
- 여행의 쓸모, 246-247쪽 발췌 -
즉, 숙성 기간을 거쳐 복기하고 기록하는 시간이야말로
’그 경험이 지금을 살아가는 내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며 경험의 진짜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란 거죠.
비록 모두에게 여행 후의 기록이 필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상을 벗어났던 그 시간을 조금 더 특별하게 간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복기와 기록‘만큼 좋은 방법도 없을 거라 생각돼요.
결국 여기서도 다시 한번 ‘기록의 쓸모‘를 발견하게 되네요.
3.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쓸모
우리가 일상의 울타리를 벗어나 가까운 근교로라도 떠나는 이유는,
일상을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돌아온 후의 일상을 다시 잘 살아가고 싶기 때문일 거예요.
책을 읽으며 제가 이해한 저자의 ’여행의 쓸모‘는 바로
‘삶을 살아갈 따스한 기억을 채우는 일‘이었습니다.
거창한 목적이나 의미를 찾기보다,
여행 과정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아름다움이
도리어 앞으로를 살아낼 용기를 건네준다는 거예요.
우리에겐 몸의 난방뿐 아니라 마음의 난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마음의 난방이란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따스함의 기억’ 이다.
그 따스함의 기억을 가득 충전해오고 나서야
비로소 겨울이 춥지만은 않았다.
- 여행의 쓸모, 354쪽 발췌-
책을 덮고 나니 가볍게 당일치기나 1박 2일이라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영상으로 접하는 대리 만족이 아닌,
내 감각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 가득 차올랐어요.

Q) 여러분에게 ’여행의 쓸모’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여행을 통해 각자의 일상과 삶이 회복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오늘도 살아내는 우리를 응원합니다 🙌
- 베짱이아재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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