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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일상] 몽골 청년, 바야를라(баярлалаа)

by 베짱이아재 202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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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음료 : 생과일딸기라테


내가 일하고 있는 카페에 작년부터 거의 매일 방문하는 한 청년이 있었어.
한국어가 유창해서 처음엔 우리나라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같이 온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우리나라 말이 아닌 거야.
그때 알았어.
그는 몽골에서 이 먼 곳 전주에 있는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었어.
늘 아메리카노 혹은 카페라테를 시키고 양껏 공부를 하고 갔어.

한국어가 유창해서 소통하는 데 무리도 없을뿐더러
카페에서 사용하는 문장은 어차피 정해져 있으니까 소통에 문제 될 것은 없었지.

몽골에서 온 것과 유학생인 건 어떻게 알았냐면,
작년 가을즈음 너무 궁금해서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등등 너무너무 궁금한 거야.
그래서 알게 되었고, 어떤 전공이며 학위 취득 이후에 무엇을 할지는 물어볼 수 있었지만,
사촌 동생들에게도 하지 않는 질문을 굳이 물어볼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어.
그저 먼 타국까지 와서 공부하는 그에게 경외심을 느꼈고,
그렇게 우리는 직원과 손님의 역할에 충실히 수행하며 인사를 주고받았어.

그런데 작년 학기가 끝났을 텐데도 불구하고 방문을 하여 공부하길래,
‘방학인데 집에 안 가요?’라고 물어봤어.
그는 ’ 공부를 다 마치면 가려고요’라고 답을 하더라구.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추측하건대,
오고 가는 비용을 아끼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혹은 계절 학기를 통해서
학위 취득을 단축시키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와 짧은 대화였지만 그의 상황과 대화를 통해 10년도 더 된 지난 시절의 내가 떠오르더라.
20대 때 짧게나마 탭댄스의 본고장인 뉴욕에 다녀온 1여 년의 시간이 떠오름과 동시에
’ 난 왜 그 시간을 이 친구처럼 충실하지 못하고 허비했을까?‘란 아쉬움이 들더라.

그 시절 원하던 것을 배우기 위해 갔으나 조금 더 깊게 파고들지 못한 것들.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하던 버릇대로 살아간 날들.
아무 준비와 사전 정보 없이 너무 현장에서 부딪히려고 하다 보니,
회피 성향이 두드러져서 한국에서 지내던 좋지 못한 습관이 드러난 것일지도…

물론 그 시간을 통해 영상응로만 보던 탭댄서들도 직접 만나고 그들의 강의도 듣고,
뮤지컬 공연들도 보고, 할로윈 때는 한국커뮤니티에서 공연도 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음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더라구.

개인 적으로 ’IF’라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 손님으로 온 이 청년처럼 내가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즐기려고 했다면 아쉬움이 적었을까?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확장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뭐 이미 지난 일이고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것들이기에
이제 와서 생각해도 되돌릴 수 없다.
그저 지금의 삶을 사는 나와 미래의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몽골 청년 덕분에 나의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고,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보하게 현재를 충실하자란 다짐도 하게 된다.

주 4일~5일 꾸준히 오던 이 청년이 내가 일하는 카페와 반대 방향으로 이사를 한다는 이야기에
이제 자주 못 올 것 같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에 글을 끄적였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생활 반경이 바뀌면 당연한 것이고, 만남이 있었기에 이별도 있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 이제 못 와요. 아쉬워요. 잘 지내세요 ‘라는
다정한 인사를 건네줘서 고마웠다.

먼 타국에 와서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몽골 청년! (이름도 못 물어봤네..;;)
부디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건강히 잘 지내요.

우리 카페에 와줘서 너무너무

바야를라 (баярлала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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