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애 처음으로 낚싯대를 구매하고,
지난 주말 두 번째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핀도래, 묶음추 세팅부터, 미끼 끼우는 거 게다가 캐스팅까지
처음이라는 핑계로 모두 서툴렀기에 제대로 던져본 것은 몇 번 되지를 않습니다.
게다가 던질 때마다 밑걸림.......혹은 캐스팅과 동시에 지렁이들이 휙휙 날아가더군요... 하하;;;
그래도 이번에 갔을 때에는 무언가를 낚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장비를 챙겨서 출발했습니다.
이 막연한 기대감이 주는 뒷맛이 달콤 일지 씁쓸 일지 궁금하니 괜스레 설레더군요.
무의식 속에서는 씁쓸이겠지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온 지인들과의 추억을 쌓는 목적으로 고고 했습니다.
쥐뿔도 모르지만 고작 한 번이라도 해봤다고 채비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미끼까지 준비를 끝내고 캐스팅 준비를 할 때 '입질이라도 느껴보자~'라는 마음에 휙~~~!
슈우우웅 날아가던 저의 미끼들은 정박해있던 배로 골인하며
'텅!!!' 소리가 나더군요. 하.하.하. ㅡ,.ㅡ"
그렇게 묶음추와 지렁이를 날려먹고 심기일전하며 다시 준비. 그리고 캐스팅.
같이 간 지인이 '이번에는 굿!' 이라며 칭찬해주니 괜히 기분이 좋더군요.
(단순한 나란 녀석..=,.=)
그렇게 낚싯대를 거치대에 올리고, 뭐든 낚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초릿대만 뚫어지게 봤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낚시이며 수렵임을 또 깨달았죠.
주변에서는 하나 둘 자잘한 입질이라도 있었지만,
저는 밥을 퍼주고 있었습니다. ㅜㅡㅜ
그렇게 준비하고, 던지고, 기다리고, 거두고, 다시 준비하고, 던지고, 기다리고를
여러 번 반복하며 멍하니 초릿대만 바라보다가,
문득 이러한 생각이 스쳤습니다.
분명 난 제대로 채비를 하고 완벽하게 준비를 했는데 입질이 없지?
이번에는 진짜 완벽했는데... ㅡ,.ㅜ
완벽하게 준비, 완벽, 완벽....불현듯 '완벽주의'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쳐갈 때,
브레네 브라운 박사의 '리더의 용기'에서 본 책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브레네 브라운 박사가 책에 정의한 완벽주의 내용 중 두 가지만 발췌했습니다. (P.122)
▷ 완벽주의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파괴적이다. 완벽주의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이다. 모순적이게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완벽주의는 중독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주의라는 불완전한 논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외적으로 올바르게 보이고 모든 것을 반듯하게 하려고 애쓴다.
▷ 누구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예외 없이 엄중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치심을 피할 수 없고 비난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느낌은 '내 잘못이야. 내가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느끼는 거야'라는 더 큰 수치심과 자책으로 이어진다.
- 브레네 브라운 박사 저서 <리더의 용기> 중 122쪽 발췌
본래 낚시를 간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지인들과 추억 쌓기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몇 번씩 반복되는 채비와 캐스팅을 하는 단조로움과
분명 나도 제대로 했는데 나를 제외한 지인들만 손맛을 느끼다 보니,
본래의 목적을 망각하고 '완벽하게 했다'라는 "착각"하며 스스로 "실망"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저는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완벽하게 했던 것일까요?
그 완벽함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러다 보니 지난날의 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를 완벽주의자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제 능력 안에서(가끔은 능력 밖이지만) 하나하나 꼼꼼하게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완벽하게 하자라는 모토로 진행하다 보니,
내적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예민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 있어서 완벽하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종결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따른 결과물이 좋을 때도 있었고, 아쉬울 때도 있었는데,
아쉬울 때는 스스로를 많이 문책하고 자책했습니다.
왜 이런 성향을 갖게 되었을까?
왜 그리 완벽하게 일을 수행하고자 하면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줄까?
첫째, '난 재능이 없으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남들을 따라잡는다'라는 생각.
둘째, '남들에게 손가락질받기 싫고, 욕먹기 싫으니 어떻게든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라는 생각.
결국 저는 저 자신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그 안에는 남들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습니다.
'얘는 뭐든 끝까지 해내려고 해.' '얘는 늘 최선을 다해' 등등 남들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완벽하게 일을 수행하기 위해 계획만 세우고,
정작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저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완벽하게 일을 수행하며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행동하는 데 있어서 자주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과거의 실패의 경험과 무기력만 뇌에 남아,
행동에 따른 결과에 있어서 방어기제가 발동하며 합리화를 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낚시를 할 때 느낀 것은,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캐스팅을 해서 짜릿한 손맛을 빨리 느끼고 싶은
결과만 바라보는 거죠. 하지만 낚시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여러 상황들이 맞아떨어져야 되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고작 두 번째 낚시를 한 초짜인 것을 망각했던 거죠.
그렇다면 이러한 생각이 스치우고 저는 어떤 결론을 내리고 남은 시간을 보냈을까요?
절대적인 완벽한 준비는 없음을 인정했습니다.
그저 내 능력에 맞게 준비를 하고 행동을 하며 따라오는 결과에 따라 수정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낚시를 함께하는 지인들과의 대화를 하며 그 시간에 충실했습니다.
기다리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면서요.
절대적인 완벽함은 없다며 인정하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하는 것과 경험의 중요성을
본의 아니게 낚시라는 레저를 통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브레네 브라운 박사가 말하는 완벽주의의 정의라는 맥락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박사님의 책이 스치듯 떠올랐을 뿐입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자칫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며, 주저하는 삶을 살고 있는 저를 발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한 시간이었고,
어서 빨리 읽고 귀한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모두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낚시를 통한 느낀 생각을 끄적거린 상이의 라이프 로그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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